핀란드어

2022. 3. 17. 15:11나의 핀란드/헬싱키

사실 핀란드어에 대해 쓰고 싶어서 이 글을 1월부터 임시저장해놨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는데 

어제 인스타그램으로 한 분이 메시지를 주셨다.

 

그분도 핀란드어를 배우고 있는데 정체기가 와서 유튜브에서 내 영상을 보고 힘을 얻으셨다고.


https://youtu.be/NvATtlWwtXI

 

오히려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내가 더 힘을 얻는다.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감사하다.

매번 핀란드어로, 유튜브, 블로그로 내가 가는 방향이 이게 맞나 누가 내 글을 읽고 비디오를 보나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용기 내서 보내주시는 따뜻한 한 마디가 나를 계속 앞으로 움직이게 한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핀란드어 배우기 여정을 공유해본다.


핀란드어를 본격적으로 배운 지 2년이 됐다.

핀란드에 온 건 2018년인데 

첫 1년은 2019년 여름까지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2020년이 되고 계속 이 공부가 나에게 맞는 걸까 고민했다.

내 길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즉시 핀란드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엔 잘 자 Hyvääyötä 를 100번 1000번 반복해야 했다. 

한국어에 없는 ä ö y 발음을 될 때까지 연습했다.

이건 나의 남편인 핀란드인 라우리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라우리도 나도 하나에 꽂히면 될때까지 하는 성격이지만

나는 싫거나 바로바로 성취감을 못 느끼면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핀란드어 발음이 잘 안 되거나 어려울 때 라우리가 옆에서 될때까지 발음을 고쳐주고 어떻게 발음하면 더 쉬운지 알려줬다.

 

내가 사는 나라의 말, 로컬 언어를 배우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 말을 통해서 배우는 문화나 사람들의 감정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아는 게 언어를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재밌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여기서 극대화가 되는 것!

 

2020년 초에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TE toimisto (영어로는 TE office) 
Employment and Economic Development

떼에 (핀란드어로) 티이 (영어로) 사무소는 취업과 경제적 발전을 위해 도와주는 정부기관이다.
핀란드어를 배우면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핀란드어 수업 신청을 했을 때 레벨 테스트 전화가 갈 거라는 안내 메일이 왔고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으로 이런 문자가 날아왔다.

 

 

그리고 이 문자를 읽어보라고 했다.

두 번째 테스트는 전화하시는 분이 어떤 단어를 이야기하면 듣고 쓰는 거였다.

그때만 해도 제대로 된 핀란드어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그냥 했다.

그 당시 내 레벨 즉 레벨 0 ㅋㅋㅋㅋㅋ 

 

나의 첫 번째 핀란드어 

 

2020년 6월 

그렇게 첫 핀란드어 수업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핀란드어로 자기소개 글을 적다

 

Galimatias라는 핀란드어 수업을 하는 곳에 공부를 하러 가게 됐다.

학교가 Salmisaari에 있어서 
집에서 걸어가면 약 30분 정도 걸려서 걸어가거나

늦으면 전동 스쿠터를 타고 가거나 

날씨가 따뜻 해졌을 땐 자전거를 타고 갔다.

핀란드어를 배우게 된 후 나의 삶에 천천히 변화가 생겼다.

 

 

 

걷는 것

많은 도전과 실패로 나의 자신감과 사기가 떨어졌을 때 어딘가를 간다는 것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자신감이 생긴 것

나에게 루틴이 생겼다는 것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갈리마띠아스에서 만난 첫 번째 핀란드 선생님은 헬미나.

헬미나는 나랑 나이가 동갑인 선생님이었다.

헬미나는 아주 침착하고, 인내심이 강한 선생님이었다.

 

생각해보면 거의 대부분 성인이고 다른 나라에 와서 살면서 다양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는 환경도 다르고, 배우는 속도도 다르고, 이해하는 방식도 다 다른, 문화권도 다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는 건 어렵다.

특히 처음엔 언어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게 당연한 거다.

그런 면에서 헬미나는 아주 천천히 학생들의 모든 질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해주었다.

헬미나는 조금 경력은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편견 없이 학생들을 대해주었다.

헬미나가 나의 핀란드어 첫 선생님이라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누구나 조바심이 나고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리고 같은 수업에 두 번째 선생님 야나가 왔다.

야나는 좀 더 대화 위주로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헬미나는 핀란드어 문법이 왜 이렇게 되는지 설명했다면 야나는 '그냥 원래 이런 거니까 그렇게 이해해'라고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야나랑 공부하면서 헬미나 수업에서 조금 부족했던 실생활에서 쓰이는 문장들이나 표현을 배우게 됐다.

 

 

핀란드어 숙제
첫 번째 말하기 시험

나의 첫 번째 말하기 시험.... 

너무 떨림......

 

 

세 번째 선생님 오우띠.

오우띠는 아주 칼 같은 선생님이었다.

오우띠의 정확하지만 얄짤없는 가르침은 핀란드 시작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아주 필요한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오우띠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핀란드어 교재에서 나올법한 정직하지만 정확한 발음과 목소리였다.

그래서 오우띠의 목소리를 들으면 시험을 치는 거 같은 교재의 음성을 튼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오우띠는 정확하게 가르쳤다.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건 맞고 이렇게 말하는 건 틀렸다고 정확하게 말해주는 선생님이었다.

처음에 언어를 배울 때 정확하게 뭐가 맞고 뭐가 아닌지를 배우지 않으면 규칙들이 섞이기 마련이다. 

오우띠는 헷갈리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규칙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이다.

오우띠는 나에게 애틋한 감정과 마음이 들게 하는 선생님이다.

오우띠 이야기를 쓰면서 눈물이 났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끝내면서 인사를 하는데 오우띠도 울고 

나도 눈물이 났다. 

아마 오우띠가 가장 우리의 상황을 자기가 처한 상황처럼 느껴서 오히려 더 엄격하게 가르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감정이 북받쳤다.

아마 핀란드어를 배우고 조금 지치고 어려운 단계에 왔을 때 이끌어준 선생님이고

오우띠도 다문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우리를 더 각별하게 생각한 거 같은 선생님이라 이런 마음이 드나 보다.

또 핀란드어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나 자신도 대견하다ㅠㅠ

 

나의 배움의 곡선 성장, 정체, 도약기를 같이한 선생님이라 나에게 특별한 선생님 👩‍🏫 오우띠.

핀란드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배우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메시지 보내야겠다.

 

 

데미소다와 함께하는 핀란드어 공부

 

2021년 9월부터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만든 이민자를 위한 코스 AKVA라는 코스에 참가하게 됐다.

헬싱키 대학교의 오픈 유니버시티 수업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학교의 수업도 들을 수 있다.

AKVA에서 수업료를 지원해준다.

 

핀란드어 3 (A. 1.2 -2.1) 수업을 들었다.

12월에 시험을 쳤는데... 

왓 더 헬.. 

시험이 너 어어어 무 어려웠다.

배운 게 하나도 안 나오는 건 국룰?

시험 망했구나 

 

2021년 쓰기 수업 분기 시험

결과가 나왔다. 

나는 5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ㅋㅋㅋ 

2점..? 슬퍼하고 있었는데 

텔레그램 단톡방에 메시지가 왔다.

22명 중에 

8명이 시험에서 fail 하고

 

4점 한 명 

3명 한 명 

2점 다섯 명

1명 7명

 

fail 한 사람 8명

 

이제 좀 핀란드어를 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핀란드어 시험ㅋㅋㅋㅋㅋ

2022년 3월 지금은 핀란드어 4를 듣고 있다.

A 2.2 레벨이 듣는 수업이고 다 듣고 나면 레벨이 B1.1로 (시험을 합격하면...) 간다.

표준 유럽 레벨 표가 있는데 
나는  A2.2 초보자에서 B1.1 중간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표준 유럽 언어 레퍼런스 프레임워크

표 출처: https://chrismountadventures.wordpress.com/2017/01/27/an-overdue-update-becoming-fluent-in-finnish/

 

 

이제 핀란드어로 대학교 수업을 곧 듣는다.

라우리랑 핀란드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그리고 여기까지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니 믿기지가 않네ㅠㅠ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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