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학교 첫째 날, 핀란드어로 이야기 하다

2021. 9. 2. 20:20호기심 천국 하고잽이의 삶/다큐멘터리 학교

 

어제는 다큐멘터리 학교 첫날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하이브 Piscine 참가 이후로 이렇게 떨렸던 적이 있나. 그냥 학교에 가는 건데..

핀란드어로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한다고 생각하니 더 떨렸다..

 

첫째 날은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삶에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 내가 어떤 말을 할지 시물레이션 했다.

내 차례를 미루다가.. 결국 오고 말았다.

 

안녕 👋 내 이름은 수연이야. 나는 한국에서 왔어.

Moi kaikkile. Mun nimi on Sooyeon. Olen Etelä-Koreasta. 

 

3년 전에 핀란드로 왔어. 

Muutin Suomeen 3 vuotta sitten. 

 

나는 프리랜서 작가야. 한국에서 방송국에서 일했지. 

Olen freelance-kirjoittajana. Olin töissä tv-kanavalla Etelä-Koreassä.

 

기술, 예술, 문화에 관심 있어

Olen kinnostunut tekniiksta, taiteesta ja kulttuurista 

 

그리고 국수를 사랑하고 포트나이트를 사랑해

Rakastan nuudeleita ja Fornite pelamista. 

 

사실, 여성 인권, 아이들의 권리, 인종차별 편견에 맞서는 나의 모습은 어차피 알게 되지 않을까?

대부분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서 조금 어색함을 깨려고 했는데..

한 명의 피디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그게 너에게 중요하니?"

"Oliko se tärkeää sulle?"

 

ㅋㅋㅋㅋㅋㅋㅋㅋ 동공 지진 옴..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Juu"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적 환호성 풍악을 울려라

뭔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솔직하게 나의 모습을 말한 게 해방된 기분이었다.

 

 

점심을 먹는데 그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왜 프로듀서는 나에게 그 질문을 한 거지?

왜 게임과 음식이 중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나한테 그런 질문을 다시 한 거지?

사실 그 프로듀서가 아무런 의도가 없었을수도 있다. 

 

혹시라도 내가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나에게 비꼬듯이 말했을까 봐

남편에게 물어봤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근데 이유가 어쨌든 포트나이트 다큐멘터리 만들면 조회수 폭발할 걸?"

 

와.. 이거다..

스트리머나, 전문 게이머의 삶을 다큐로 만들면 얼마나 재밌을까?

내가 플레이하는 포트나이트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직업에 관한 의식, 생각, 편견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무엇보다 핀란드는 게임 강국이잖아! 

한국 이스포츠를 말하자면 글자수 아깝고

 

라우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다큐멘터리 잘할 수 있을까. 진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하는 나만의 의식이 있어"

"머릿속으로 내가 재밌고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방송국에서 나를 인터뷰로 초대하는 상상을 해. 나만의 매니페스토 방법이야"

 

꿈은 크게 Dream Big! 

이번 가을의 목표는 다큐멘터리 주제와 트리트먼트를 작성하는 거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언제 착수할지, 누구에게서 펀딩을 받을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어제 이 영상을 봤다.

https://www.tiktok.com/@womenempowermentcorner/video/7000368631045557510?sender_device=pc&sender_web_id=7003282288885499397&is_from_webapp=v1&is_copy_url=0 

 

Join TikTok and see what I've been up to!

Self love and acceptance is all that matters💗 #selflove #womenempowerment #bossbabes #confidentwomen #independentwomen

www.tiktok.com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핀란드어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게 된 것도 뿌듯하고

나는 30살에 무작정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내가 자랑스럽고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좋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방식도 좋고

내가 하는 실수들도 좋다 

내가 삶을 사는 속도도 좋다

나는 남과 나를 바꿀 생각이 없다. 

 

이 문장들을 일기에 쓰고 되뇐다.

 

다음 주 월요일에 두 번째 수업이 있다.

 

Naissotilaat

https://areena.yle.fi/1-3844988

 

Murhan DNA- Bodominjärven murhat

https://areena.yle.fi/1-50649009

 

두 다큐멘터리를 만든 프로듀서들과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분석 준비하는 게 이번 주 일과다. 

 

어젯밤에 여성들이 군대에 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Naissotilaat'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자막을 켜고 봤다.

아이디어도 좋고, 한국으로 따지면 제시나 사유리가 진짜 사나이에 가는 거겠지.

 

가끔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에서 '여자들은 군대에 안 가잖아요'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오케이 그러면 나도 군대 다녀오겠음 ㅇㅇ'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군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 뉴스를 접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쏟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군인의 뉴스를 읽고 철딱서니가 없는 나의 생각이 부끄러움에 금방 시들고 만다.

 

오늘 오후에 프로듀서한테 이런 메일을 받았다.

 

"어제 내준 거 이해했어?"

"알고 있으라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해도 괜찮아. 근데 너 핀란드어 잘하더라! 옵션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서."

"물론 핀란드어로 시작해서 영어로 바꿔도 되고 만약에 그게 나으면"

"니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하면 될 거 같아"

 

이런 사소한 배려에 또 핀며들고...

나를 신경 써주고 생각해준 프로듀서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이렇게 답했다.

 

"사실 지금 핀란드어 배우려고 노력 중이야. 그래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핀란드어로 배우는 게 나한테 큰 기회 (무섭고 + 긴장되고 + 부끄럽고 + 신나고 + 행복)야. 나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기회기도 하고. 

"다행히 미리 준비하고 나의 속도로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다큐멘터리도 미리 보고 그리고 내 생각도 핀란드어로 적어보려고 해"

"최대한 핀란드어로 참여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혹시 갑자기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문제가 있으면 영어로 말할게"

"프레젠테이션도 한 달 전에 준비하려고 해! (프레젠테이션 10월 25일 예정)"

"생각해주고 배려해줘서 고마워"

 

 

 

저의 다큐멘터리 학교 이야기 & 핀란드 생활은 인스타그램에 더 자주 업데이트 됩니다 🥰

https://www.instagram.com/iohcso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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