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022. 4. 2. 15:51


파친코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쓴 이야기.
본격 덕질 주의 ⛔️
ENFP 의식의 흐름 주의 ⚠️


2019년 여름
파친코 책을 샀다.

책을 사놓고 읽은 건
2020년 5월.

책을 시작하고 하루 만에 이 책을 다 읽었다.
왜 이제야 읽었을까 후회가 밀려온 책.
안 읽었던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읽고 싶은 책 중에 한 권이다.

미나리 영화를 보고 파친코가 생각나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첫 글로 올렸었다.
http://omn.kr/1sdle

파친코의 순자, 미나리의 모니카, 헬싱키의 최수연

이민진 작가 소설 <파친코>를 읽고, 정이삭 감독 영화 <미나리>를 보고

www.ohmynews.com


이 책이 나에게 와닿는 이유가 있다.

1. 나도 이민자니까.
해외에 와서 살기 전에는 해외에 사는 것에 로망이 있었다.
해외에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핀란드에서 산 지 2년 됐을 때 이 책을 읽게 됐는데 이민자의 삶을 한국인의 정서로 표현한 책이라 너무 좋았다. 2. 할머니에게 들은 일본 이야기
어렸을 때 할머니랑 같이 산 적이 있는데 할머니가 벵끼꺼라
오봉 좀 들고온나
이런 말을 하면 할머니는 왜 내가 모르는 말을 계속 쓰시지.
뭔가 한국말 같은데 한국말이 아닌?
할머니가 일본에서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할머니의 말에는 일본어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창원에서도 일본 식민통치 역사가 많이 남아있다. 3. 이민진 작가의 열정과 끈기
어떤 생각을 글로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포기하지않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 건 더 대단하다.
나는 자기의 열정과 분노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도 작가로 내 커리어를 시작했다.
방송국에서 일하게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나는 글을 쓰는 게 마냥 좋았다.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핀란드에 오니까 정작 내가 쓴 글이 하나도 없는 거다.
그때부터 읽고 쓰고 좌절하고 부끄러워하고 작가로서 제대로 된 여정이 시작됐다.

https://www.vogue.co.kr/2021/07/26/%ED%95%9C%EA%B5%AD%EA%B3%84-%EC%86%8C%EC%84%A4%EA%B0%80-4%EC%9D%B8/
블로그에는 따로 쓴 적이 없어서
애플티비 파친코 드라마가 드디어!! 나온 김에 글을 써본다.


읽은 지 벌써 2년이 지나서 그런지 드라마를 보면서 새록새록 추억이 떠올랐다.
헬싱키에 돌아간다면 다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멜버른 서점에서 책을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했다.

파친코 드라마 3회를 다 봤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나는 또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질문이 떠올랐고, 어떻게 생각을 확장시켜나가는지 몇 자 써봤다.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를 봤을 때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점 네 가지.


- 인트로 영상: 춤을 추는 주인공들. 화려한 파친코 색감과 춤을 추는 모습은 이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삶을 산다는 건 한에 서린 어깨춤과도 같다는 것.



https://youtu.be/1GgKXR_J-ww



이민진 작가가 나이 든 보통의 할머니가 추는 한에 서린 어깨춤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한다.
그리고 알버트라는 학생이 어머니의 희생을 어떻게 감사하면 좋을까요?라고 작가에게 물어보는데..
영상 속에 이민진 작가도 울고 그 영상을 보는 나도 울고
이런 게 한국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이 아닐까.

https://youtu.be/ouZPZeKTVUE?t=685





- 선자 역할을 맡은 김민하 배우: 선자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했는데. 실제로 김민하 배우가 선자이라고 믿을 만큼 선자의 감정을 잘 표현하셨다. 눈으로 따라가는 이야기에서 김민하 배우보다 더 선자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 최근 미국에서 인기 있는 역사 소설을 읽었을 때 대부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형식의 글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와 과거를 적절하게 섞은 편집 방법이 긴장감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나 너무 많이 나오거나, 현재의 이야기가 과거의 어떤 설명 없이 진행된다면 불친절하다고 느꼈을 텐데 적절한 신선함과 이야기 전개가 너무 마음에 든다.

수 휴 감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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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촬영법 cinematography: 한국의 자연이 나올 때마다 감탄..

나는 드라마나 영화 엔딩 크레딧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누가 어떤 사람들이 어떤 역할로 참여했는지 아는 걸 좋아한다. 직업병. 그래서 이번에도 누가 촬영을 했는지 라우리랑 보면서 계속 이야기했다. 느낌이 할리우드 촬영기법 같은데 한국의 자연을 정말 아름답게 잘 담은 것 같다고.

코고나다 Kogonada 감독
저스틴 천 Justin Chon 감독
조던 무르시아 Jordan Murcia 감독

https://www.forbes.com/sites/joanmacdonald/2022/03/23/why-justin-chon-decided-to-direct-the-evocative-saga-of-pachinko/

- 작은 디테일: 노래, 의상, 배경 디자인, 색감, 소품, 한글 일본어 자막 색깔 다르게 한 것 등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 황석희 번역가님이 영어 대본을 한국어 대본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셨다고 한다.



4화가 어제 나와서 보려고 하는데... 너무 아까워서 못 보겠네.
글로 쓰인 이야기가 눈으로 보는 드라마로 바뀌는 과정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변태인가.
책을 대본으로 옮기는 각색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는 자이니치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다.


물론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서 사는 재일교포가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았다.
이민자의 삶은 어디에서나 쉽지 않겠지.
일본이 한국에 침략해온 식민지 역사를 생각하면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살았을지 나는 파친코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짐작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외국인을 싫어하거나 편견을 가지는 xenophobia 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다시 깨닫는다.

어제 본 이민진 작가님의 인터뷰 영상 두 개를 공유한다.

https://youtu.be/NxqXm9QlvF8



https://youtu.be/VyKEUFomwgw


내가 역사 덕후인지 몰랐는데 나는 과거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는다.
MBC 경남 방송국 작가로 일할 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결과물 중에 하나가
지리산 프로그램 '그레이트 지리산'에 팀에서 제작한 '지리 미스터리'다.


https://youtu.be/03sAaCeaHag


갑자기 파친코 이야기하다가 역사 이야기로 삼천포로 빠졌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역사 덕후' 시작은
같이 일하던 피디님의 영향이 컸다.

1. 윤동주 시집
한 번 윤동주 시인에 관해서 1분 방송에 내보내는데
한 줄의 자막을 쓰기 위해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찾아보고 그런 적이 있다.

내가 다닌 진주 국립경상대 도서관에 가서 윤동주 시인 책을 빌려 촬영한 적이 있다.

내가 제작에 참여한 건 아니지만 내용은 아래 동영상에

https://youtu.be/EfS-TgFIYx8|



내가 산 지역 마산, 창원, 진해, 진주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관련이 있을 때
뭔가 와.. 내가 산 곳에 몇십 년 전에 왔다 갔다니 이런 느낌ㅋㅋㅋ
이중섭 전시회 갔을 때도 진주에 이중섭 작가가 왔다니... 와...
팬심 + 100


2. 구례 연하반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제작하게 됐냐면
피디님이 국립공원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더라 이야기를 해주셔서
옛날 신문을 스캔해놓은 걸 '지리산', '국립공원' 키워드로 계속 찾았다.
인터넷에 없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든다는 게 너무 멋있었다.
이렇게 힙이지 이런 느낌
그래서 계속 이야기를 찾고, 도서관에 가서 지리산을 연구한 사람들의 책 논문을 읽었다.
국립공원 사무소, 구례군청 등 여러 지역의 베테랑들의 도움을 받아서 구례 연하반을 만든 우종수 선생님의 아드님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 그리고 아이폰 하나만 들고 버스 타고 구례로 갔다.
인터넷에 없는 이야기를 직접 발로 뛰어서 만들어낸 이야기라 애착이 간다.

만약에 타임머신이 있다면 나는 이중섭 작가, 백남준 선생,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친구한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온 인생과, 열정,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의 살아있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위안을 얻는다.

인생에 어쩔 때는 모두에게나 불공평하구나.
인생은 쉬운 게 없구나
근데 이런 날 것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이런 기분들을 느끼고 글로 쓰고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P.S 파친코에 얼마나 애정을 가졌냐면 프로덕션 팀에 참여하려고 링크드인을 통해서 파친코 제작사에 메시지 보냄.
나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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