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아몬드

2020. 10. 20. 06:00호기심 천국 하고잽이의 삶

오늘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완독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면서 마음이 쓸쓸하고 시렸다.

 

나한테 쓰기 어려운 주제 몇 가지가 있다.

나의 청소년기가 그 중 하나다.

 

2005년 중학교 2학년, 그 해 여름.

 

내 세상이 불공정, 불만, 분노, 실망으로 가득한 부정적이었던 10대.

어린 나이의 사춘기로만 치부하기엔 인생에 중요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던 나.

내 감정을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그냥 지나칠, 넘어갈 순간으로만 생각했었다. 

 

나는 하지말라고 하는 일들이 더하고 싶었고 

이렇게 삐뚤어지는 나를 아빠는 도와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제일 무서운 고모에게 나를 보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고모는 20년 전 스웨덴으로 이민을 가셨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고모들 덕분에 스웨덴으로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아직도 그때가 떠오른다.

초 여름 1톤 트럭 아빠차에서 아빠가 나한테 스웨덴에 못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친구들한테 다 자랑했다고 꼭 가야한다고 투정을 부렸던 내 모습. 

 

나는 아빠가 그 말을 나한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다.

그래서 한때는 내가 땡깡을 피운 게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냥 딱 그 나이때 어린애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나의 삶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마음속으로 새긴다.

엄마아빠도 타보지 않은 KTX를, 비행기를 처음 탄 게 어떤 의미었는지. 

 

친구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던 것들이 많았다.

 

스웨덴에서 보낸 여름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나를 오롯이 만든 건 

내가 주눅들까봐 아침에 내 책가방에 편지를 넣어놨던 아빠의 편지,

내가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푹 못자고 피곤할까봐 아침마다 홍삼을 잔에 따라줬던 아빠의 모습이다. 

 

어른,

부모,

가족의 모습,

사랑이라는 건 이런거구나.

 

어느 날부터 내 목표는 남들과 달랐다. 

학원이나, 과외 없이도 그럭저럭 공부를 하게 됐다.

어른이 된다는 건 까마득하게 먼일처럼 느껴졌는데 어느새 서른이 됐다. 

인생의 퀘스트를 깨다 보니까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뜻하지 않게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도 하고
나의 선택으로 실망시킬수도 있다는 것.

용서하는 것

사랑하는 것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하지만 삶은 가끔 나를 막대하기도 한다는 것.
불가능한 것도 가능한 걸로 만들 수 있는 힘은 나에게 있다는 것.

천천히 가다보면 또 다시 다른 길이 나타날거라는 것.

 

아무도 알려주거나 대답해주지 않았던 감정들

그 여름 덕분에 내 마음속에 있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담백하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조용히 위로를 건내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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